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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리뷰/책장

단점을 꼽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든 책

by 心조교 2009. 1. 30.

그 이름하여, 해저 2만리(원제 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

쥘 베른 저/김석희 역 | 열림원 | 2007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신비로운 바다 그 깊숙한 곳, 어떤 신비로운 생물들이 잠들어있는지는 과학이 발달된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46억년 이상이나 되는 지구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사람들의 삶이란 고작해야 찰나에 불과하다(Bernard Walton, 2006).

육지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바다의 신비로움을 자주 잊곤 한다. 그 이유는 기껏해야 영화 속에서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재현한 바다의 모습이라든가 현대기술의 응집인 잠수함을 통해 촬영된 것을 보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바다는 바닥까지 보일만큼 푸르른 빛깔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깔의 물고기들의 치열한 삶의 터전이자 각종 보물들의 보고가 아니다. 온갖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기름지고 검붉은 바다이자 간혹 상어들로부터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들의 괴기스러운 사진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일 뿐.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권해주고 싶은 책. 아이들 뿐만 아니라 삭막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환상과도 같은 바다를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책.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여러가지 힘겨운 상황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이 책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1954년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현재 디즈니의 "해저2만리"의 리메이크 연출을 맡은 맥지 감독에 의해 "해저2만리:네모선장(20,000 Leagues under the sea: Captain Nemo)"라는 영화로 제작될 예정(연합뉴스, 2009.1.8)인 이 책, 원작 "해저 2만리"는 1869년에 쥘 베른에 의해 탄생되었다. 한편, 이 작품은 1990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인 '나디아'의 기본 모토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디아에 등장하던 '네모'선장과 '노틸러스호', 그리고 '아틸란티스'의 유적에 이르기까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것들이 여기에서 나왔구나 하고 짚어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다. 세계 도처의 바다에서 기괴한 사고가 일어나고,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아로낙스 박사는 그의 우호적인 하인인 콩세유와 함께 이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의 순양함에 파견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정체모르는 괴물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그 괴물은 '네모'(라틴어로,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선장이 이끄는 '노틸러스 호'였다. 이후 아로낙스 박사와 콩세유, 그리고 네드 랜드는 네모 선장과 함께 노틸러스호의 포로(라기엔 너무 우호적인 관계)가 되어 전 세계의 바다와 그 깊숙한 곳에 잠들어있는 그들의 무덤까지도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주인님 좋으실 대로"가 입에 붙어있는 충직하고 우호적인 하인인 콩세유는 하인이라기보다는 이미 박사와 깊은 연을 맺은 친구같았고, 육지를 그리워하는 네드랜드는 입은 거칠지만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로낙스 박사와 네모 선장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학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놀라운 광경을 세심하게 기록하고 후세에 남기고자 하는 아로낙스 박사는 침착하고 바다생물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네모 선장은 바다 속 비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 육지를 경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도 생명을 아끼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또한 마지막까지 프랑스 인이 한 명 섞여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밝혀지지 않은 선원들의 갖가지 사연들과 비밀은 상상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더 신비롭다.

책 말미를 보면, 쥘 베른의 다른 작품인 "비밀의 섬"에서 네모 선장의 비밀이 밝혀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네모선장이 신비에 둘러싸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이 책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네모선장의 비밀은 이후에 확인해봐야겠다.


빨간 표지로 된 이 책을 보는 내내, 지금껏 어떤 도감에서도 보지 못했던 울긋불긋 생김새가 독특하면서 맛이 뛰어난 어류의 이름을 접했고, 내가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참 없었구나 하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심해에 사는 거대한 크기의 어류들, 거북이를 잡아올릴 수 있을만큼 강력한 빨판을 지닌 빨판 상어, 그 크기가 노틸러스 호를 넘을 만큼 거대한 크기의 대왕 오징어, 아장아장 걸음을 걷는 펭귄과 인어로 착각을 하게 만들만큼 머리 생김새가 사람의 얼굴을 닮았으면서 맛도 최상급이라 알려졌다는 듀공과 매너티 등, 몇몇가지를 제외하고는 살아서 처음 듣는 해저 생물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사실, 책을 보는 내내 향긋한 풍미에 살살 녹는 '회'가 먹고 싶어서 군침을 삼켰다.)



"해저2만리"의 단점을 꼽고 싶지 않을만큼, 난 쥘베른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비밀의 섬"이 기대된다.



참고자료.
Bernard Walton (2006). 타임머신: 지구 탄생 이후의 엄청난 변화를 목격한다. 최수홍 옮김. 성우.
연합뉴스(2009.01.08). '터미네이터'의 맥지, '해저 2만리' 연출. 
http://media.daum.net/foreign/america/view.html?cateid=1043&newsid=20090108145914178&p=yonh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