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은 개인의 선호면서 한 나라의 문화이자 역사다.
저자 김찬별 지음
출판사 로크미디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 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어떤 이미지일까. 방금 막 지어 고슬고슬한 밥알 위로 하얀 김이 솟아나는 쌀밥에 시뻘건 고추양념이 아삭하게 배인 배추김치를 손으로 쭈욱 찢어올려 밥 숟가락 위에 얹고, 한입을 꿀꺽. 뚝배기에서 자작하게 졸여진 된장찌개를 휘저어 후루룩 냠냠 먹으면서 젓가락을 들어 불고기를 한 입 가득 넣는 아이를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는 어머니.
우리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한국 음식'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는 세대에 따라 다르다. 광복 전후를 경험한 세대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주로 먹고 자란 '음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밥'보다 '햄버거'와 '피자'를 더 좋아한다는 90년대 이후의 세대라면 더더욱 그 차이는 크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듯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0∼20대는 중장년층에 비해서 밥을 적게 먹는 대신에 빵과 햄버거, 피자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의 섭취 빈도를 밥을 먹는 빈도로 추정할 경우 65세 이상은 85.1%가 세 끼 밥을 먹는데 비해 20대는 36.6%만이 세 끼를 밥으로 먹었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햄버거, 피자는 12∼29세의 연령층에서 가장 선호하였으며 햄버거의 경우 10대의 17%, 20대의 15%가 주 1회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파이낸셜뉴스, 2008. 3. 19).
'한국음식'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면, '밥'일 것이다. 그러나 밥보다 빵, 햄버거, 피자를 선호하는 지금의 10~20대 연령층이 중장년층이 되는 시기가 되었을 때에는 어떤 음식을 가장 많이 먹고 있을까. 그 때에도 여전히 된장찌개와 김치, 불고기가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을 것인가..?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이라는 책 제목은 '맛있는' '한국음식'의 '유래'라는 세가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풀어서 말하자면, '한국음식은 맛있다. 그 맛있는 한국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면, 이 책을 봐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장면이 아닌, 우리의 '짜장면', 경양식 집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서 먹다가 이제는 분식집의 단골메뉴가 된 '돈까스', 감자 없는 '감자탕', 육류 섭취의 일등공신 '삼겹살', 어묵 말고 '오뎅',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며 은은히 이어져왔으며 육계장이라고 흔히 오해하기 쉬운 '육개장' 등등. 우리가 오늘 아침 혹은 어제 저녁에 먹었을 먹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유래가 무엇인지 어쩌다가 먹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네이버씨의 '~카더라'학설(근거 없는 소문)만을 믿을 수 밖에 없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강력한 예의 하나로,
감자탕은 삼국시대 때 돼지 사육으로 유명한 백제(지금의 전라도 지방) 지방에서 유래되어 전국각지로 전파된 한국고유 전통의 음식입니다..(후략)
- 네이버지식인: 감자탕의 역사 (본문 p.71 재인용)
본문에서는 이러한 예가 틀렸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임진왜란 이후에야 수입된 감자와 고추가 들어간 감자탕이 백제 시대 때 유래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저 설명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와 비슷한 음식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면 전혀 없음직한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분명 있었다는 단언을 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음식 전공자도, 역사 전문가도 아니라고 밝히는 저자의 겸손함에도 불구하고 책의 곳곳에는 고서, 신문기사,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기록을 바탕으로 쉽고 재미있게 '우리 음식'에 접근한 흔적이 듬뿍 담겨있다. 특히 우리가 전통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음식들이 차지하는 위상의 상당 수는 '외식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큰 예로 여러 문서를 통해 이전에 큰 명성을 떨쳤음을 보여주는 '진주비빔밥'과 '전주비빔밥'이 현재 '한국음식'속에서 떨치는 상대적인 위상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은, 평소 모르고 먹었던 우리 음식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음식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이나 문화를 함께 짚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싶다. '된장녀'라는 신조어를 낳게 한 스타벅스의 커피가 있기 전에 '카피', '카피차', '고히'가 있었다. 일본식으로 표현된 이름은 그 때의 역사적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한다. 접두사인 '호-'를 통해 청나라를 통해 들어왔음을 추정할 수 있는 '호떡' 또한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다 보니 배 속이 꼬르륵거리며 먹을 걸 달라고 아우성친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에 소주!"를 외치며 점심은 굶어야지. 가난한 나는 슬프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에의 기대에 곧 행복해진다. 내 기호에 따른 음식선택은 일종의 '선호'이자 개인의 음식 역사로 만들어진다.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약 30~40년 뒤에 지금의 세대가 어떤 음식 문화를 '한국의 음식문화'라고 지칭할지는 알 수도 없고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식문화'는 개인의 선호일 뿐만 아니라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때, 밥보다 피자와 햄버거를 더 좋아하는 세대는 국내 자체 쌀 생산보다 햄버거 패티용 고기 수입을 더 반기게 될지도 모르는 일.(물론 엄청난 비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한국 음식을 사랑합니다. 훗-
덧) 책에서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사랑 '라면'이 없다. 뉴_뉴
참고자료.
파이낸셜뉴스(2008. 3. 19). 청소년 “밥보다 햄버거”..비만율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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