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 바로는 사람들 앞에서는 좋은 말로 강연을 하면서 가족들이나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제대로 된 배려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바로가 혀가 굳는 증상에 걸리고, 회사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면서 나타난 기적 같은 행운. 그리고 그 행운의 끝은 어떻게 될까..?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내부에서 반응하기 이전에 완충 역할을 하는 마음의 쿠션.
외부의 자극이 내 안에 닿는 것을 막을 순 없어도, 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설명을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이론으로 설명하기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특별한 선물은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지(p.160)."라는 바로의 할아버지가 자주 쓰던 말로 대신한다.
자신의 영혼이라는 방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분노도, 미움도, 슬픔도 모두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초조한 자신의 마음을 그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려 마치 타인을 바라보듯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격랑의 파도 같은 감정일지라도 마음의 안정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Freud의 정신분석이론에 등장하는 방어기제 중 주지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말로는 설명할 수도 없고 명쾌한 말로 설명되지도 않는 격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무의식에서 의식의 수면위로 끌어올려 마치 타인을 바라보듯이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이해되지 않던 내 감정도 나로 인해 이해받을 수 있다. 내가 아니고서야 어느 누구도 나를 나만큼 잘 세세하게 이해해주고 보듬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설레는 데이트를 앞두고 예쁜 옷을 차려입고 나가보지만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흠뻑 젖어버린 새 옷, 늦은 약속 시간 때문에 허겁지겁 집을 뛰어나간 내 앞에서 이미 출발하고 있는 버스, 3시간 넘게 밤새워 작성한 기획서와 리포트를 저장하려고 저장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발치에서 놀고 있던 고양이에 의해 꺼져버린 컴퓨터 전원버튼, 무더운 여름 날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오직 발치의 찬물 담은 세숫대야만으로 견디고 있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외부의 환경과 자극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왠지 모를 슬픔에 젖어 굴러가는 가랑잎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만 싶은 어느 날, 얼굴에 서린 흐린 기운을 알아차려주는 모르는 사람이 "도를 아십니까"라며, 내 마음을 무너뜨릴 때는 더더욱 그렇다.
마치 사람의 피부 같기도 하고 엄마의 품 속 같기도 한 쿠션. 이 쿠션은 어떤 체형을 가진 사람이든 앉기만 하면 제 모습을 그대로 두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감싸주는 덕에 최고의 스폰지라 불린다. 그런 스폰지가 있어 때로는 내 마음의 고통과 서러움과 슬픔을 모두 감싸안아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 몸 안아줄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쿠션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서글픈 일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나조차 내 허물을 안아주지 못할 바에야 쿠션이라도 있다면 그 어찌 내 손에서 놓을 수 있을까.
실상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질 급한 바로는 내 안에도 있었다. 내 안의 바로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 책에서의 바로는 자신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변화해나갔는지 함께 그 길을 짚어가보자. 바로를 통해 내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고, 이를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마음의 쿠션을 키우는 것쯤이야 대수랴.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담담히 한편의 동화처럼 쓰인 이 책은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다. 그 말인 즉슨 살짝 평이하다는 단점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르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에 부담이 없다는 말이면서도, 다른 자기개발서와의 차별점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행운의 끝을 잡기 위해 할아버지의 행적을 따라가는 주인공, 바로가 보게 되는 여러 기호들과 수수께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하면서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이에 덧붙여 눈에 부담이 적은 다소 큰 글씨와 자주 등장하는 색색깔의 삽화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의 '쿠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적응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수 많은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에 비해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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