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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엿보기/행동분석 연구실

[기사] 자동차산업의 초고유가 및 기후변화시대 해법은?

by 心조교 2008. 7. 4.
자동차산업의 초고유가 및 기후변화시대 해법은?
글로벌시대 자동차산업 정책과제 포럼’, 대책 제시
2008년 07월 04일(금)

“진화할 것인가? 도태할 것인가?”

최 근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일등공신이었던 대(對)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감소하고 있다. 2005년 233억 달러의 흑자를 내었던 대중국 흑자 규모는 2006년 190억 달러로 감소했고,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면서 대일본 무역적자는 계속 증가해 2007년 299억 달러에 이르렀다.
 
왜 일까? 중국과는 더 이상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범용재로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에 대한 핵심기술력 의존도는 계속 높아져 핵심부품소재 수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 떻게 해야 할까? 중국, 일본과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설계기술과 차별화된 설계능력으로 성공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시장은 통합돼 갈 것이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제 차별화된 능력을 구축해야 할 때이다.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는 초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적 환경규제 강화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산업의 성장지속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글로벌시대 자동차산업 정책과제 포럼’이 7월 3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것이다.

각계 자동차산업 전문가가 참여한 이날 포럼에서는 ‘플랫폼 리더십 확보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노사관계 변화를 통한 전략적 유연성 제고,’ ‘이(異)업종간 교류활성화 등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등이 정책과제로 제시되는 등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포럼은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주최했으며, 지식경제부,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코리아오토포럼가 후원했다.

“디지털 플랫폼 리더십을 구축하자”

최초 발제자로 나선 김기찬 자동차산업학회장은 “디지털화로 아날로그 강자인 소니를 추월한 삼성전자처럼 자동차산업도 디지털 플랫폼 리더십을 구축해 시장의 변화를 선도한다면 차별화와 프리미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어 박준식 한남대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글로벌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모국의 확고한 생산 거점’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메이커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노사관계와 현장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글로벌 브랜드 구축 경쟁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노사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박 홍재 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일본 업체에 비해 제조능력이 부족하고 노사관계가 취약한 국내업계가 경쟁력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업종간 교류 활성화, 산 · 학 · 연 · 관 연계 강화, 그리고 상생협력체제 구축 지원 등의 정책 추진을 통해 네트워크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성장동력인 자동차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해 경제 전반의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실장은 “초고유가 등 원자재가 급등과 선진국의 CO2 배출 규제강화로 판매가 둔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전제한 뒤 “처리 권한 없는 사측에 일방적 손해를 입히는 정치파업 등 소모적 논쟁보다는 노사가 한마음이 돼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도 노사 간의 건설적 노력이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친환경차, 휴먼친화형차 등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해외마케팅 지원, 국가브랜드 강화 등을 통해 중소부품업체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책과제포럼 발제 요지다.


주제 1 : 한국자동차산업의 진화와 지속성장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


우 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모델은 진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1단계는 수출단계이다. 이는 관세장벽이 강화되면서 2단계인 현지조립(KD)단계로 진행된다. 이 또한 점차 현지정부의 국산화율 견제로 3단계인 현지생산단계로 이행한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이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점차 초기 투자유치의 인센티브가 감소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4단계는 라이센싱(licensing)으로 지식수출단계이다. 1980년대 현대자동차의 초기 그랜저는 미쯔비시 데보니아기술을 수입했다. 대우는 혼다가 레전드를 도입해 아카디아로, 르망은 독일 오펠의 카데트모델을, 기아 콩코드는 마쯔다 626, 엔터프라이즈는 마쯔다 센티아모델을 도입하여 국내에 판매했다. 쌍용 이스타나는 벤츠 MB100을, 체어맨은 벤츠 E클래스 구형(W124)모델을 사용했다. 르노 삼성의 SM5는 니산 세피로(미국 맥시마), SM3는 니산 블루버드 실피모델이다.

이처럼 모델개발능력이 부족했던 우리 자동차산업은 불가피하게 선진기업의 모델을 라이센싱했다. 그 대가로 30%이상의 높은 마진을 제공했다. 이제 역으로 우리 자동차산업은 신흥국에서 라이센싱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 볼 때다. 특히 중국에서 이미 초기 많았던 현지생산의 인센티브가 없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선진국에서는 이 3단계의 글로벌 전략을 굳히면서 중국에서는 4단계로 이행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이미 GM대우는 사실상 4단계로 진출해 그 효과를 커다란 이익으로 연결해가고 있다. GM대우의 중국 CKD수출은 점차 높은 현지화로 사실상의 라이센싱화되고 있다. GM상하이차는 2006년 총판매 41만대 가운데 20만여 대가 ‘라세티’ CKD제품을 ‘뷰익 Excelle’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것이다. 게다가 GM상하이는 이것이 현지화해 아예 GM 상하이가 후속모델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을 고려중이다. 마티즈는 중국내 GM상하이가 2006년 ‘Chevrelet Spark’로 4만여 대 판매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경로의존성이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접근하면 아직 모델개발력이 부족한 중국기업체들에게 한국기업들의 라이센싱 수출 잠재력이 높다. 특히 우리 브랜드와 직접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회피하기 위해 서부대개발과 서부지역에서 1980년대 현대․기아 등 한국기업들이 미쯔비시, 혹은 현재의 벤츠의 역할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5단계는 핵심부품 수출단계이다. 이 단계가 일본자동차산업의 강점이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아직도 일본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하고 있고, 지난번 일본 니이가타 지진때문에 한국의 자동차공장이 스톱된 적이 있다. 일본의 리켄은 엔진·변속기의 내부를 밀봉하는 ‘링’을 만드는데, 엔진에 들어가는 스프링핀의 공급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단계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일본 렉서스의 미국직수출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차는 1단계인 국내생산을 통해 구심력확보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디지털 플랫폼리더쉽 전략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소니를 추월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소니는 아나로그시장의 절대강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소니는 너무 아나로그에 빠져 있었다. 삼성은 디지털화를 통해 변신에 성공하고 프리미엄 마켓도 잠식해갔다. 자동차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불가능한 것인가?

자동차산업의 진화를 위해서는 내공을 키우는 능력구축 전략과 플랫폼 리더쉽 전략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능력구축 전략은 물건 만들기의 사고에서 시작된다. 자동차를 몰아보면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 토러스를 지속적으로 명품으로 끌고 가지 못한 포드는 실패사례이고 카롤라를 지속적 명품으로 끌고 간 도요타는 성공사례이다.

마 찬가지로 소나타를 명품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이 현대차의 능력구축과제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 리더쉽 전략도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은 수많은 기업들이 생태계적으로 연결되고 통합돼 있다. 이 생태계 틀 속에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집합이 필요하다. 이것이 플랫폼(Iansiti, 2004)이다. 플랫폼전략은 시장 요구의 변화속도가 빠르고 동태적 외부환경일수록 중요하다. 외부환경이 동태적일수록 물건만 잘 만드는 회사보다 좋은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성공한다.

플 랫폼 리더(platform leaders)는 개별기업들이 개발된 기술조각들을 조합해 산업전반의 혁신을 주도하는 지휘자로서 역할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좋을수록 외부성 효과/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집단적 생태계 건강성(Collective Health)이 높아진다. 플랫폼의 틀 속에서는 산업간 장벽을 허물고 ‘신결합, 통섭, 월경, 융합, 통합’이 필요하다. 이것을 새로운 신성장동력의 지렛대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산업간 장벽이 두터웠다. 산업간 ‘따로’ 문화였다. 정보통신의 강국이라 했지만 ‘IT 따로, 기존산업 따로’ 현상 때문에 IT기술이 기존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빌게이츠와 기아차 정의선사장의 만남은 IT와 자동차를 융합해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커다란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전자산업의 아키텍처 차이로 벤치마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플랫폼은 한국차의 차별화, 프리미엄화의 난제가 풀어나가야 좋은 방향이다. 과거 누가 삼성전자가 소니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가?

디지털 플랫폼이 구축되면 각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니치 플레이어들이 계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플랫폼이 가지는 외부성효과로 인해 경쟁력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더욱 크고 강해질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생태계가 진화하지 못하면 기존의 개체 공급물을 깎아내는 원가인하압력만 생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플랫폼 리더쉽이 좋을수록 혜택은 커지고, 동시에 생태계 구성개체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 공급자와 소비자간 선순환이 이뤄진다.

주제 2 :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노사관계
(박준식 한림대 교수)


한 국의 자동차산업은 국민경제의 견인차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전체 고용의 8.8%와 부가가치의 10%, 총 세수의 16.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2차 대전 이후 유일한 후진국의 ‘독자 브랜드’ 성공 사례이다.

국 민경제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현장의 경쟁력’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그리고 노사관계는 현장 경쟁력의 ‘표현형’이면서 그 ‘견인차’인 것이다. 우리는 자동차산업에서 노사관계의 발전 없이 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없고, 더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을 생각하기 힘들다는 명제에 도달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쟁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구축해 온 ‘축적된 능력’이 중요하다. ‘브랜드’라는 상징과 깃발을 내세워 함께 뭉친 사람들의 단합된 능력과 시너지 수준이 이 경쟁에서 기업들 간의 상대적 격차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기업 간 관계, 제도적 능력, 사회적 자본 등이 결합돼 분출되는 총체적 차원의 ‘능력구축 경쟁’은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므로 기술과 공정의 단순 학습이나 재배치 이상의 종합적 능력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동차산업에서 완전한 모방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경쟁자들이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모방에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도요타를 추종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사회적 자산’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의 경쟁력과 노사관계는 모방하기 힘든 시스템 경쟁과 무형 자산의 핵심 요소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글로벌화’의 길목에 있지만, 물량 생산 중심의 경쟁력 단계를 넘어 조직 경쟁력 구축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 특히 한국 자동차산업의 취약한 현장 경쟁력과 낙후된 노사관계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는 최대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기본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일정한 수준의 생산 효율성에 도달하는 데에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 물량 생산의 단계를 넘어 인적 자산의 역량을 기르고, 사회적 자산의 힘을 축적하는 데에는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을 요구한다.

글 로벌 경쟁을 선도하는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고유한 방식으로 그들의 경쟁 능력을 구축하여 조직과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지켜 왔다. 그들이 구축하고 발명한 제도와 관행들은 끊임없는 상호 학습과 조직 혁신의 결과다. 이렇게 구축된 누적된 능력이 현재 이들이 누리는 시너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 지형은 이러한 사회적 능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 간에 벌어지는 ‘명암의 부침’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메이커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징은 ‘모국의 확고한 생산 거점’이다. 이들은 기업의 핵심 자산과 경쟁력 거점을 국내에 구축한 후 해외의 거점들을 분할 구축하는 글로벌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해외의 생산 기지가 아무리 많아도 이들이 국내 거점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확고한 국내 거점의 육성과 독자적인 경쟁 모델이 없는 글로벌 전략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국내 생산 거점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단기 수익 극대화 전략에 치중한 미국 빅 스리의 몰락은 한국에 대해서도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국의 유일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10 년 동안 최단기간 동안 해외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규모의 경쟁 실현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정작 국내의 생산 기반과 노사관계 개선 노력은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한 노력

한국 기업들이 현재의 노사관계와 현장의 상황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조직 유연성’ 부재로 인해 글로벌 브랜드 구축 경쟁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승하는 기술 장벽, 후발 경쟁자들의 도전, 국내 시장 개방 등의 위협을 글로벌화를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은 국내 거점의 안정과 질적 성장이 담보되지 못할 경우 급격한 축소 균형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위기’를 냉정히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관계의 변화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작업 현장은 부서 이기주의, 작업 모럴의 약화, 응집력 저하 등으로 조직의 ‘동맥경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장의 생산성은 경쟁 기업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낙후됐다. 경영 성과나 생산성 등과 무관한 단기 이익 극대화 관행으로 노동시간, 작업 배치, 물량 전환 등 조직의 모든 측면에서 병목들이 누적돼 왔다. 이러한 조직 경화가 계속 진행될 경우 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장의 문제들이 누적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사용자나 노조 모두 리더십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안정된 교섭 체제를 구축하는 데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약한 노조, 약한 사용자, 취약한 제도와 안정되지 못한 교섭 체계 등이 얽혀 ‘혼돈의 노사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결국 조직의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능력,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며 조직의 내부 붕괴를 가속화시켜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위기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글로벌화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현실을 성찰하고 새로운 생산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특별한 결의가 필요하다.

세 계 자동차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중단 없는 노력만이 궁극적 성공의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사의 노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종업원들의 희망이 만나는 새로운 상생의 타협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물건 만들기와 사람 만들기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현장에서부터 전개해야 한다.

도요타는 국내의 거점을 통해 구축된 성과를 기반으로 세계화에 성공한 반면, GM을 비롯한 미국의 빅 스리는 생산 거점으로부터 내부 붕괴에 직면하여 급격한 축소 균형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단기 물량 확대와 이익 추구의 유혹을 벗어나 생산의 거점에서 인적, 사회적, 제도적 자산 우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노사관계의 변화는 이러한 혁신의 출발점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한 변화에 매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담보’이다.

주제 3 : 글로벌시대 자동차산업 정책과제
(박홍재 자동차산업연구소장)


오 늘날 세계 자동차산업은 기회요인위협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기회 측면에서 자동차산업은 연평균 2~3%의 성장률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신흥 경제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모터라이제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에너지, 환경, 안전, 교통, 자원부족 등의 제약요인이 증가하면서 지속성장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기회와 제약요인 하에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시장구조의 변동에 따른 업계 판도의 재편이라는 대격변기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구조의 변동을 가져오는 요인들을 수요, 공급, 정책의 세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요측면에서는 성장축의 다극화, 소비자니즈의 다양화, 그리고 프로슈머화를 들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신흥시장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신흥시장의 판매 비중이 2010년에는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세계 자동차시장 성장축은 종전 선진시장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별로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니즈가 차별화되면서 모델 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모델당 판매대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주권 강화로 소비자와 기업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는 것도 시장 변동의 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으로 공급측면에서는 기술의 융합화, 경쟁의 심화 및 복잡화, 원자재가 급등을 들 수 있다. 환경규제의 강화, 안전 및 편의의 중요성 확대 등은 자동차의 전장화, 경량화, 그리고 본질적으로 파워트레인의 진화 등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IT에 더해 에너지 및 소재기술, 나노기술, 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이 급진전되고 있다.

또한 신흥국의 수요 증가 및 원가 경쟁 심화에 따른 신흥국으로의 생산거점 이동,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 신흥업체들의 추격 가속화, 지역별·차급별 구분 없이 확대되는 업체간 경쟁, 그리고 미래형 자동차 관련 제품 및 기술개발 경쟁의 심화 등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제 유가 및 원자재가격이 급등 양상을 보이는 것도 시장구조를 변동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측면에서는 시장개방의 가속, 환경 및 안전규제의 강화, 신기술 개발지원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FTA 체결 확대는 시장 경계를 특정 국가 중심에서 양국 수준, 혹은 경제 블록 수준으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또 환경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모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환경 및 안전 관련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형태의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시장구조를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의 세계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시장의 변동성 및 불확실성 증대와 경쟁의 격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품질, 원가, 생산성, 유연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경쟁력, 세계화를 통한 성장, 브랜드가치 향상, 미래기술 개발, 네트워크 경쟁력 등이 자동차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핵심 경쟁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나고 있는 미국 빅3의 부진과 일본 빅3의 부상이라는 자동차 업계 판도 변화는 이러한 핵심 경쟁력의 확보 여부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정책 방향

세 계 자동차산업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여하에 따라 개별 업체, 그리고 국가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정책은 여전히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의 글로벌화 단계를 발판으로 하여 2010년대에 기술선도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있어서는 새로운 정책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21세기의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와 정책 여건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비전 제시’와 ‘조정 및 협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자동차산업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자동차·전기전자·에너지 등 연관 산업, 대기업 및 부품업체, 대학 등 연구기관, 지자체 등 관련 주체들에게 시장, 기술, 정책 동향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공유 및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또한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각 주체들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한편 혹시 상충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능도 중요하다.

이러한 정부의 역할을 바탕으로, 앞서 언급한 자동차 기업의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일본 업체보다 뒤처지는 제조능력 제고 지원과, 유연성 확보를 위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브랜드가치와 관련, 국가브랜드와 기업브랜드의 연계 활용 방안을, 세계화 능력과 관련해서는 중소 부품업체들의 해외 진출 지원 및 수출경쟁력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네트워크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이업종간 교류 활성화산·학·연·관 연계 방안, 그리고 상생협력체제 구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래기술 개발능력과 관련해 기술 융합화 대응 및 원천기술 확보 방안, 우수 R&D 인력 양성 방안 등이 주요 정책과제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일 편집위원 | sirius001@paran.com

저작권자 2008.07.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