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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엿보기/HR과 커리어의 경계

일일 면접관이 말하는 이런 건 이렇게!

by 心조교 2009. 12. 11.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일일 면접관을 경험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면접에서 면접관 역할을 맡게 되었지요. 그 때 저를 비롯한 4명의 면접관이 준비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질문 내용
첫 번째, 지원동기/포부
. 왜 이 기업에 입사지원을 했는지를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즉, 동종업계 타기업들을 제치고 이 기업에 지원을 한 이유였습니다. 전공과 다른 부서였을 경우에는 왜 전공과 다른 이 부서에 지원을 했는지, 이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설명하도록 했지요.

두 번째, 분쟁/의사소통 해결. 동료와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의 해결방법을 제안하도록 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던 구체적인 예와 해결방법, 그리고 이 일을 배운 점을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존경하는 인물.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기업의 CEO를 많이 꼽았고,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한비야씨가 상당히 많더군요. 최근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한비야씨의 영향력이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명이 같은 인물을 이야기하다보니 내용이 비슷해서 식상한 느낌을 주더군요. 그들의 존경하는 이유도 '꿈과 열정'이라는 두 단어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다보니 잘 정리된 답변이라도 그냥 재미없게 느껴지더군요.

네 번째, 연봉 관련 문제. 혹 연봉이 깍인다 해도 이 부서에 지원을 하겠는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건 이렇게!
약 40명 가량의 학부생들의 이야기를 한명 한명 듣고 있자니 물론 대답의 내용도 중요했지만, 우선 가장 신경이 쓰인 건 말하는 태도더군요. 대답을 하는데 눈동자를 여기저기 불안하게 굴린다거나 말꼬리를 흐리는 경우에는 분명하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대답할 때는 차분한 목소리 톤과 명확한 발음은 기본이고, 말꼬리를 흐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Hm'은 되도록 쓰지 않는 편이 좋고, 왠지 외워서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어투도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력서에는 지원 기업이나 부서와 관련된 경험만 쓰는 것이 좋습니다. 전혀 상관이 없는 경험을 쓴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고 있자니 이 부서, 이 기업에 왜 입사했는지를 되묻고 싶더군요. 적어도 지원부서나 지원기업과 연관지어 포장할 수 없는 경험이라면 차라리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깔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 백지여도 난감하겠지만요.

그리고 자소서는 깔끔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맞춤법을 지키는 건 물론이거니와 특히 지원부서와 기업 이름은 틀리게 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이 지원자의 경우 다른 기업에 제출했던 자소서를 수정없이 그대로 써 낸 겁니다. 맥이 빠지더군요. 아마 많은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이 비슷한 어이없음을 느낄 것 같습니다. 물론 발견 즉시 점수 체크에서 최하로 손이 가더군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면접관도 떨리더군요." 특히 첫번째 면접자가 왔을 때는 괜히 긴장이 되서는 말도 버벅거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면접관만 면접자를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면접자 또한 면접관을 평가하고, 면접관을 통해 그 기업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면접관이 권위적이고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리며 되도 않는 질문을 했다면, 면접관이 일하는 그 기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압박면접을 받은 제 주변의 어떤 면접자에 의하면, 특정 기업에서 유독 압박면접이 너무 심해서 인격적인 모독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경우 압박면접을 실시한 면접관 뿐만 아니라 그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설사 붙는다 해도 그런 비인격적인 면접과 면접관이 있는 곳이라면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인 즉슨, 면접자만 떨리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도 떨린다는 것입니다. 면접관 또한 좋은 인재(면접자)들에게 좋은(전문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하며 그들을 채용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결코 면접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평가를 당하는 약자는 아닙니다. 조금 더 당당하게, 내가 일하고 싶은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온 이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평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면접에 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채용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진 지금으로선 무조건적인 약자가 된 느낌을 벗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준비된 인재'로서의 자신을 당당히 보여줄 수 있다면 베스트 프리페어(prep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