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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조각

115,010원짜리 돼지 삼형제를 공개합니다

by 心조교 2009. 10. 23.



최근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 이자가 연체되었다는 메일이 왔네요. 이대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없고, 당장 현금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상당한 수수료를 물며 급하게 문화상품권을 현금화 시켰습니다. 
(관련글: 문화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방법)

하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처했지요. 아, 이걸 어찌해야 하나 며칠 간 고민을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몇년을 함께 해온 돼지의 배를 가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약 2-3년동안 주머니에 있는 잔돈을 털털 털어서 돼지에게 밥으로 주었더니 꽤 많은 양의 동전이 모였더라구요. 자세히 보면 간간히 천원짜리도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와 2-3년 가까이를 함께 한 돼지 삼형제를 공개합니다. (삼형제 이외에 작은 상자 하나 음료수 병도 함께 랍니다.)




사실 돼지 삼형제의 맏이는 500원짜리 동전만을 꿀꺽해왔고, 둘째는 100원과 500원, 1000원짜리를 꿀꺽해왔으며, 막내는 50원, 100원, 500원을 가리지 않고 마구마구 꿀꺽해온 이력이 있지요. 사실 처음에는 첫째와 작은 상자에 100원짜리와 500원짜리를 각각 구분해서 애지중지 키웠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귀찮아져서는 배고파하는 둘째와 셋째에게 가리지 않고 먹이며 키우다 보니 이렇게 가장 몸집이 큰 첫째의 배를 곯이게 하였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둘째와 셋째는 등을 갈라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분해되었지만, 첫째는 등만 살짝 째서 계속해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굶겼던 미안함을 달래는 중입니다 ^^;


한편, 유달리 가득 차보이는 제 저금통의 비밀- 돈을 얼마나 헤프게 쓰길래(지폐만 쓰나?) 동전을 저렇게 모을 수가 있었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비밀은 제 지갑에 있습니다.

제 지갑은 동전이 들어가지 않는 카드지갑형태 입니다. 그러다보니 바지 주머니나 가방 안에 동전을 넣고 다니는데 움직일 때마다 가방의 짤랑거리는 동전 소리가 살짝 거슬려서 집에 가면 동전을 자연스레 놓고 다니게 되죠.

또 연구실 사람들과 식사를 한 뒤, 돈을 모아 한꺼번에 내는 회계 역할을 맡아서 하다보면 자연스레 잔돈을 자주 만지게 됩니다. 그럴 때 100원, 50원짜리 잔돈을 귀찮아 하는 몇몇 귀차니즘의 대가이신 선배님들로부터 껌 사먹으라며 받은 동전도 놓치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돼지에게 밥으로 주다보니 어느새 동전들이 후덕하게 모였네요.

물론 길거리에서 줏은 10원짜리도 놓치지 않는 센스! 특히 요새 10원, 50원 짜리 동전(특히 10원짜리는 더더욱)은 사람들이 보면서도 잘 안 가져가는 경향이 있어서 그럴 때 낼름 득템을 하곤 하였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저금통은 상당히 훌륭한 저축 수단입니다. 돈을 모으기 위한 가장 첫번째 기초 수단~!!!! 은행에 저금을 하면 좋겠지만 동전을 저금하기 위해 은행까지 가는 건 역시 상당한 노력을 요하지요. (ATM기도 동전은 받아주지 않아요 ㅠㅠ) 또한 짤랑거리는 동전이 귀찮아서 300원짜리 껌(최근에는 1000원짜리 껌도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껌도 비싸요)을 사먹으려다가도 '돼지 밥 줘야겠다'며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게 되는 절약을 실천하게 됩니다. 따.라.서. 저금통은 동전을 모으는 기본적이고도 훌륭한 수단이 됩니다 :)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돼지 등을 가르고 상자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던 돼지밥을 책상 위에 잔뜩 쏟아냅니다. 그리고 A4용지 위에 줄을 세워 각을 잡고 분류를 해보았습니다. 뭔가 있어보이는 저 순간의 뿌듯함!!! 정말 이 순간만큼은 동전 부자가 된 뿌듯한 느낌! 캬~!!!




결산 결과를 발표합니다.

1000원 *  5장          =  5,000
  500원 * 14롤 + 2개 = 71,000
  100원 * 34롤 + 6개 = 34,600
   50원 *   6롤 + 4개 =  3,200
   10원 *  12롤 + 1개 = 1,210

결산결과는 무려 115,010원!

주먹만한 돼지 두마리와 박스 조금, 쵸큼 큰 돼지의 바닥에 모아온 동전들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도 낼름 득템해온 노력에 불이 반짝 켜졌습니다. 10원, 50원,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이렇게 모아놓으니 상당한 자산이 되네요. 역시 저축의 힘은 놀랍습니다.


요새 저금통은 어디서 살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작은 정보 알려드립니다. 여러 이름의 천원샵에 가시면 돼지 삼형제를 분양(구매)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돼지 삼형제 저금통을 분양(구매)해온 것이 몇 년전이었으니 지금도 삼형제 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중간 크기의 한 녀석은 구매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예전 저 어릴 때는 항상 돼지 저금통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나오는 저금통들은 여러가지로 참 예쁘고 독창적인 모양도 많네요. 예를 들면, 고양이 저금통, 하마 저금통, 자판기 모양의 금고, 서류 가방 모양의 저금통, 피아노 저금통 기타 등등 여러가지 예쁘고 독창적인 디자인들도 많으니 취향에 따라 고르시길 바랍니다 :) 사러나가기 귀찮으신 분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단, 저금통과 배송비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시면 역효과;;) 아래의 점박이 소 저금통도 귀엽네요 ^^

음매~, 저금통
음매~, 저금통 by pletalk 저작자 표시비영리



자, 지금 가방과 주머니, 지갑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모아서 저축을 시작하세요. ^^
분명 예상치 않았던 비상시의 자금난을 도와줄겁니다. 저는 당장 내일 이자 갚으러 은행에 가야겠습니다(ㅠ. ㅠ)

여러분, 알뜰살뜰히 작은 돈도 모아서 부~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