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책 '위대한 개츠비'를 읽자마자 이 느낌을, 그리고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무작정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아마 좋은 말은 별로 안 나올 것 같습니다. 확실히 현재의 제게 읽기 좋은, 또 읽고 싶은 소설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저 동공을 굴려 글자를 잠시 읽었을 뿐 머리속에 남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읽으나 마나한 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이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두려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제럴드
#1. 제목에 대한 단상
우선 'The Great Gatsby'의 Great를 '위대한'으로 번역한 최초의 번역가가 누군지 궁금합니다. 그는 위대한 인물이었나요? 아니요, 다만 사랑에 '열중한' 인물이었을 뿐이지요. 개츠비는 '그녀(데이지)가 나를 사랑하고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보상하고 밝은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맹목적으로 돌진합니다.
#2. 내용에 대한 단상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대체 뭐야?'
누군가 대답합니다.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의 바닥에 깔려있는 허기'
#3. 가치에 대한 단상
저 또한 묻습니다. '대체 이 책이 왜 유명한거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해봅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당시 미국의 상황과 사람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개츠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끝없이 계속되는 사치스런 파티'와 화려하지만 고독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등장인물들은 미국의 당시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엄청나게 벌어진 빈부격차는 당시 미국의 가난한 청년들에게 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어들게 만들었고, 이것은 개츠비가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표현되었다.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둘 때, 일종의 사회반영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 당시 미국의 생활상이나 사상, 상황을 알기 위해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필독서라거나 너무 재미있으니 강추(!)한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네요. 몇몇 분들에 의하면, 한글판이 아닌 영문판으로 보면 문장이 참 아름답다고 합니다만 저는 영문판을 읽지 않아서인지 더더욱이나 그렇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과 약간의 역사가 담긴 필독서인지 몰라도 적어도 제게는 그저 영미소설의 하나네요.(미국의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나라로 치면 아리랑이나 태백산맥 정도의 느낌일까요? 궁금해지네요.)
#4. 읽은 기억을 그대로 내다버리지 않기 위한 내용 요약
참고로 다음의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책의 내용을 알기 원치 않으시는 분들과 책을 정독하실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5. 기대의 차이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예 기대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시큰둥하진 않았을텐데.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접한 것은 어렸을 때였지만 책을 고르고 직접 읽게 된 계기는 다음 만세(만화속세상)에서 강도하님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를 본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전 이 책을 보는 내내 다른 캐릭터들을 떠올리며 다른 내용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전혀 달랐던 내용의 이 소설에 이상함을 느끼고 짜증을 부린 것일지도.
이 책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 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요. 그 때를 기다리며 우선은 책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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