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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페르소나

이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by 心조교 2010. 3. 13.
어느순간부턴가 나는 깊고 진지한 태도로 생각을 하거나 생각의 결과물들을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그저 즉각적이고 단순하며 편한 것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어떤 불합리한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실에 대응하여 논리적이고 조리있게 따지기보다는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그저 현재의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거나 내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위안하며 생각 속에서 지우려했다.  때로는 생각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멈추고 이미 누군가가 생각하고 타이핑해놓은 것들을 마치 내가 생각하는 것마냥 읽어본 뒤 논리적으로 이상이 없고 받아들일만 한 경우 그 생각이 맞는 것마냥 얼추 대강 받아들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어쩌면 '사실'이 아니라 '이야기되는 방식'에 따른 하나의 입장에 불과할 뿐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수 많은 사건들에 대해 옹호도 반대도 중립도 아닌, 단지 '방관'의 입장만을 취해왔다. 특정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과 그릇에 따라서 전달받는 사람의 이해도와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사건 혹은 사실에 대한 이야기들, 주장, 설명,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100% 믿고 확신하고 싶지 않았다. 내 스스로에 대해서도 100% 확신할 수 없는데 세상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 100%를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은 이성과 합리를 따져 판단하는 조건적이든 혹은 무방비한 그대로의 무조건적이든 온전한 신뢰와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대상에도 온전히 몰입하고 무조건적으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상에 대한 작은 비난 하나에도 나는 흔들리고 생각을 끊임없이 수정하게 되곤 했다. 닻이 없는 조그만 배가 바다 위에서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또 흔들려 이 곳도 저 곳을 누비다가 결국 바다도 강도 호수도 아닌 곳을 무작정 떠도는 광경이 계속 되었다.

고백하건데 그러한 입장을 고수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는 고작 나 하나의 힘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를 살펴보자면 그저 내 스스로의 생각을 믿고 그대로 행동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었던 것 뿐이다. 즉 생각하고 책임지는 행위로부터 그저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행동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나니 힘이 쭈욱 빠졌다. 나는 여전히 제자리로구나. 그리고 찾아오는 자신감의 상실. 하나 더 그러면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실에 대한 의견, 내가 확신하고 있는 특정 의견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싶다면 첫째로  누구보다도 더 많이 더 깊이 더 여러 측면의 정보를 알고 있으며, 둘째로 알고 있는 것들을 신뢰하고 확신하며, 셋째로 확신하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없다는 식의 관점으로는 그 어떤 사건도 사실이 아니며 거짓도 아니면서 모르니만 못한 것이 되어버린다. 판단할 능력도 없고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이 머리는 왜 폼으로 달고 다니나. 생각을 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행동.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저 시간 떼우기로 읽고 넘어가려 하지 말고 머리를 굴려서 생각이란 것을 하도록 하자. 절대 머리는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깨달음.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입이 부르트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한들 당사자 스스로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무수한 말을 하는데 소모된 시간들은 쓰잘데기 없는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깨달음을 얻었다할지라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이 또한 낭비이다. 이러한 고리를 잊지않고자 오늘의 생각을 글로 옮기니 이는 하나의 실천이며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하나이다. 구체적이 결여된 두루뭉술한 진술로 지금의 내 생각과 심정과 다짐을 써내려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아직도 마음에 채 들지 않지만 이런 시도가 다음에는 좀 더 길고 구체적이며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운 글쓰기 및 만족스러운 나 자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작은 기대로 글은 끝.





글의 주제 및 요점정리는 버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