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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엿보기/행동분석 연구실

[기사] '미신믿는 비둘기'와 과학자의 의무

by 心조교 2008. 6. 29.

'미신믿는 비둘기'와 과학자의 의무

장윤옥 디지털타임스 IT 정보화 부장 2008년 06월 04일(수)

▲ 장윤옥 디지털타임스 IT 정보화 부장. 
언론에서 본 과학문화 미국의 행동 심리학자 스키너(B.F. Skinner)의 실험 중에 '미신을 믿는 비둘기'란 것이 있다. 상자에 넣은 비둘기에게 소리신호와 함께 먹을 것을 준다. 소리가 나면 먹을 것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비둘기들은 나중에는 소리 신호만으로 먹이가 나오는 곳으로 모여든다. 그 이후 스키너는 비둘기에게 소리와 관계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먹을 것을 주었다. 며칠이 지난 후 비둘기의 행동에 특이한 변화가 관찰됐다.

비둘기마다 배가 고플 때 각기 특별한 행동을 보이게 된 것이다. 어떤 비둘기는 상자의 모서리를 쪼아대고, 어떤 비둘기는 새장 안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두세 바퀴씩 돌아다녔다. 또 한 마리는 투명 막대기를 머리로 들어올리는 듯한 반응을 반복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먹이와 자신의 행동과는 실제로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자기 나름대로 원인과 결과의 패턴을 찾아 인과관계를 만든 것이다. 우연히 상자를 쪼았는데 금방 먹이를 발견하는 일을 몇 번 겪은 비둘기는 두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여기고, 배고플 때마다 이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스키너는 이처럼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비둘기의 행동을 '일종의 미신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모두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인 사고를 추구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뇌는 그렇지 못한 면이 많다. 일단 우리 주위의 일들을 해석하는 틀을 마련하면 주위의 현상들을 모두 그 틀에 맞춰 해석하고 믿는다.

스포츠 선수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징크스나 사람들에게 행운 또는 불운을 불러온다는 숫자, 색에 대한 이야기는 이처럼 비둘기의 미신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징크스나 속설은 어차피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명제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 삼아 좋은 것과 연관된 것을 찾고 즐긴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상식과 지식 중에도 비둘기의 미신과 같은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전문지식으로 포장되면 정말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순식간에 많은 정보를 전파시킬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보편화됨에 따라 '포장된 미신'의 위험성은 더 커졌다.

어떤 비타민은 어디에 좋다느니, 니코틴이 적은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덜 해롭다는 식의 이야기는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실제로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나 사건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만들어져 퍼지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같은 미신과 위험을 제거하고 구체적인 증거와 사례에 근거한 사실이 활발하게 전파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할 책임이 과학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우리의 뇌가 모든 일에 틀을 만들어내려고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과학자들이 나서 검증하고 규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는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광우병이나 조류독감과 관련된 국민들의 불안을 비롯해 원자력과 환경 등 우리 사회에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에 과학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윤옥 디지털타임스 IT 정보화 부장 | ceres@dt.co.kr

저작권자 2008.06.04 ⓒ ScienceTimes

출처: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25760&WT.mc_id=sc_newsletter&WT.senddate=20080603&WT.linkid=0000025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