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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리뷰/눈으로 즐기기

모욕을 당해도 즐겁다, "관객모독"

by 心조교 2009. 2. 11.
2009. 2. 10. 창조아트센터, '관객모독'


'관객모독'. 제목 그대로 '관객이 모독당하는' 연극이더군요.
왜 모독 당해야 하는지, 모독 당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극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방식의 극이라 처음엔 살짝 당황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몰입해서 배우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언어적 음률을 이용한 엄청난 언어유희와 극의 구성,
그리고 마지막에는 별의별 듣도보도 못한 욕들과 대야로 얻어맞은 물까지..!






같은 단어를 반복하면서도 그 음률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배우들의 풍부한 표정과 몸짓 덕에 그들이 중얼거리는 대사가 살짝 들리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더군요.

 




이렇게 배우들로부터 같은 말을 들으며, 욕을 먹고, 대야에 담긴 물을 뒤집어쓰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무표정하게 극을 관람하는 관객으로서 모독당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다른 연극들로부터 모독받았던 것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아. 30년동안 계속되어온 관록. 정말 멋졌어요.
그리고 보는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사를 집중해서 듣느라 머리에 열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참여를 받아 바로 진행된 시나리오도 멋졌구요.



극이 끝난 뒤, 붐비는 엘리베이터를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길 통로에서 
짐캐리의 풍부한 표정에 성우와도 같은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님을 살짝 보았습니다.
관객의 요구에 의해 칼로 거세당하고, 도끼로 머리를 찍히며, 전기톱에 팔다리를 썰린 후,
내장이 꺼내어진 배우님. (배우 캐스팅을 찾아보니 이기욱님이시네요 :) )

극이 진행되는 내내 제가 앉은 자리 위치 상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
정말로 극 내내 너무 노려본다 싶을 정도로 또렷하게 쳐다보고 싶어졌던(실제로 보기도 했던;;)
선명한 눈동자를 가지신 배우님.(배우님 눈은 동태눈깔이 아니시어요~~ㅋ)



아. 여성 캐스팅은 김성미/한다연 더블캐스팅으로,
제가 본 극에서는 김성미님이 나오셨습니다.


위에 보이는 다섯 배우님.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뵐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언어극.
모독을 당해도 즐거운 연극.
배우의 풍부한 표정엄청난 밀도의 대사.
연극 속 연극.
연극이면서도 연극이 아닌 연극.
모범적인 관객의 표본.
하나의 단일 공동체.


극을 본 뒤, 제게 남은 키워드입니다.
이걸 보시는 다른 분들은 어떤 키워드를 남기셨을지 궁금하네요 :)


배우소개: http://ticket.auction.co.kr/home/perf/perfdetailinfo.aspx?idperf=4316&from=n_kw
극중 사진: http://modok.tistory.comwww.newstage.co.kr